'치매 유전자' 갖고 있다면…당장 생활습관 바꾸세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5-10-29 12:27본문
치매는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에서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아직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현대판 불치병'이라고 하지만 이제 조금씩 치료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명이며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약 30%(3619만명)를 차지하는 일본은 치매가 약 472만명,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가 564만명에 달한다(후생노동성 2025년 기준). 일본은 노인 3.5명 중 1명이 치매나 MCI를 앓고 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뇌혈관성, 루이소체형, 전두측두엽형, 파킨슨병형 등 종류가 많지만, 신경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뇌졸중과 같은 뇌 혈액순환 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는 20~30%,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라고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은 기억 장애, 지남력(指南力·날짜, 시각,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장애, 주의력 장애, 언어 장애, 시공간 기능 장애, 전두엽 기능 장애 등이다. 초기 단계부터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감정 변화를 보이거나 우울증(기분 장애)이 동반되기도 한다. 병이 점차 진행되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 헛것을 보는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 특정 물건들을 주워 오는 이상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
치매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Aβ) 및 타우 단백질(Tau protein)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지기능이 쇠퇴하기 수십 년 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기 시작하고, 그 후에 타우가 쌓인다. 그리고 신경세포가 서서히 부서지면서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실제로 치매 환자의 뇌 영상을 보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로 이뤄진 '신경반(노인반) 침착물'과 타우 단백질로 구성된 '신경섬유 엉킴(타우 섬유상 덩어리)'이 관찰된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및 병의 진행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이라는 타우 단백질의 뇌내 축적을 혈액 물질로 파악할 수 있다며 관련 논문을 영국 과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 3월호에 게재했다. 뇌 안에서 타우가 덩어리를 만들 때 일부 구조가 깨지면 분비돼 혈액으로 새어나가 치매 진행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매에 노출되기 쉬운 유전적 위험인자를 가진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기 쉽고, 축적 속도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발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치매 유형은 유전자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40~50%라고 알려져 있으며 직계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갖고 있는 특정 유형 유전자는 'APOE(아포지단백 E·apolipoprotein E)'이다. '65세 이후 알츠하이머병(Late-Onset Alzheimer's Disease·LOAD) 치매'는 단일 유전자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지만 발병률이 매우 높아진다. APOE 유전자형 중 APOE ε4 대립유전자가 가장 잘 알려진 유전적 위험인자다.
반면에 비교적 젊은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는 거의 대부분 '가족성 알츠하이머병(Early-Onset Alzheimer's Disease·EOAD)'으로, 전체 알츠하이머병의 약 1%를 차지한다. 원인은 돌연변이 유전자인 APP, PS1, PS2 등이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즉,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각각 50%이며, 유전될 경우 치매 발병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알려져 있다.
APOE는 지질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뇌에서는 콜레스테롤 대사와 운반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신경세포 성장과 유지, 손상 후 회복에 기여한다. APOE ε4 대립유전자는 APOE 유전자의 3가지 주요 변이형, 즉 APOE ε2, ε3, ε4 중 하나다. 대립(對立)은 유전학에서 한 유전자 위치에 존재할 수 있는 2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형이 서로 짝을 이루거나 마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APOE 유전자는 19번 염색체에 존재하며 모든 사람은 부모로부터 ε2, ε3, ε4 대립유전자 가운데 2가지를 가지고 태어난다. 유전형이 APOE ε2/ε2, ε2/ε3, ε2/ε4, ε3/ε3, ε3/ε4, ε4/ε4 등 6가지 가운데 하나에 속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들 유전형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달라진다.
APOE 유전형의 특징을 살펴보면, APOE ε2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춘다. APOE ε3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으로 보유자가 가장 많다.
APOE ε3는 특히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잭슨빌(Jacksonville)'이라는 특정 변이를 갖고 있으면 위험이 더욱 낮아진다고 보고됐다.
APOE ε4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부모 양쪽으로부터 APOE ε4를 물려받은 경우 특히 위험하다. APOE ε4 대립유전자를 1개 보유한 사람(APOE ε2/ε4, ε3/ε4)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APOE ε3/ε3, ε2/ε2)보다 4~6배, APOE ε4 대립유전자를 2개 보유한 사람(APOE ε4/ε4)은 20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 연구에 의하면 부모의 한쪽으로부터 APOE ε4를 물려받은 '헤테로 접합체(Heterozygote)'는 정상인(ε3)의 3~4배, 양쪽 부모로부터 받은 '호모 접합체(Homozygote)'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약 10배 높았다. 헤테로 접합체는 ε4 대립유전자를 1개 보유, 호모 접합체는 2개 보유한 것을 의미한다. 일본인의 경우 ε4형 호모 접합체를 가진 사람의 평생 발병 가능성은 약 60%, 헤테로 접합체는 10~20%라고 한다. 접합체(接合體)는 유전학에서 한 개인이 특정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두 쌍을 물려받아 결합한 상태나 개체 자체를 의미한다.
이처럼 APOE ε4 대립유전자가 위험한 것은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인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촉진하고, 신경 손상에 대한 신경 보호 기능을 감소시키고, 신경 염증 및 타우 단백질 병증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발병 연령을 앞당기기도 한다.
최근 이케우치 다케시 일본 니가타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APOE ε7형(C112R 변이)을 찾아내 신경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Annals of Neurology)에 게재했다.
이케우치 교수는 일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APOE 유전자형을 분석하던 중 기존의 ε2, ε3, ε4 외에 ε7이라는 새로운 대립유전자형을 발견했으며, 이 ε7형이 ε4형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훨씬 더 높인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ε7형은 일본인의 경우 조사 대상의 약 1.5%가 가지고 있었다.
이케우치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POE ε7을 하나만 가진 사람(ε3/ε7)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은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ε4 두 개를 가진 사람(ε4/ε4)보다 훨씬 높은 약 22배에 달했다. 만약 ε4와 ε7을 모두 가진 경우(ε4/ε7) 발병 위험은 약 51배로 치솟아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자형 중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보고됐다. 이는 APOE ε7형이 ε4형과는 다른 기전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극단적으로 높이며, 이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들어 국제사회는 APOE에 주목하고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과 치료법을 찾고 있다. 유전적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 보고가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가 높다.
빌 게이츠가 참여하는 '글로벌 신경퇴행성 단백질체학 컨소시엄(GNPC)'은 1만점 이상의 뇌척수액이나 혈장 시료를 기초로 APOE 유전형과 신경변성 질환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전두측두형 치매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APOE가 혈중면역 기능과 상관관계가 있었다며 올해 7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코넬대 팀은 APOE ε4 작용을 저해하는 유전자를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POE ε4를 가진 치매 환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 '도나네맙'의 부작용 위험이 높았다. 레카네맙 임상시험에서 호모 접합체 사람의 32.6%에서 부종이 발생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은 신약후보 물질인 '간테네루맙'을 평균 8년 투여하자 발병 위험이 반감했다. 스위스 로슈와 그 자회사 제넨텍이 개발한 간테네루맙은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해 개발이 중지됐지만 장기 투여하면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가 주도하는 국제 공동 연구 'DIAN-TU' 성과를 정리한 올해 3월 발표 논문은 환자와 제약회사를 고무시켰다. DIAN-TU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 치료 및 예방법을 찾기 위해 구성된 국제 임상시험 연구 네트워크다.
약을 사용하지 않는 예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7월 알츠하이머병협회 국제회의(AAIC)에서 미국은 치매나 인지기능 하락 위험 노인을 대상으로 식생활 지도와 유산소운동, 앱을 이용한 인지기능 훈련 등을 시행한 결과,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최대 2년간 진행되지 않았다는 'U.S.POINTER'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POE ε4를 가진 사람도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앞서 핀란드 연구팀이 2015년 치매 위험 노인을 대상으로 식생활 지도, 운동, 인지훈련, 심혈관 위험을 관리하는 생활지도 등 4개 항목 개입을 2년간 지속해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한 'FINGER' 연구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후루와쿠 도모 일본 고베대 교수팀은 치매 위험군 약 100명에 대해 FINGER 적용을 1년 반 동안 시행해보니 기억과 실행 기능, 처리 속도 등 인지기능이 41% 향상됐다며 최근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명이며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약 30%(3619만명)를 차지하는 일본은 치매가 약 472만명,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가 564만명에 달한다(후생노동성 2025년 기준). 일본은 노인 3.5명 중 1명이 치매나 MCI를 앓고 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뇌혈관성, 루이소체형, 전두측두엽형, 파킨슨병형 등 종류가 많지만, 신경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뇌졸중과 같은 뇌 혈액순환 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는 20~30%,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라고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은 기억 장애, 지남력(指南力·날짜, 시각,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장애, 주의력 장애, 언어 장애, 시공간 기능 장애, 전두엽 기능 장애 등이다. 초기 단계부터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감정 변화를 보이거나 우울증(기분 장애)이 동반되기도 한다. 병이 점차 진행되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 헛것을 보는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 특정 물건들을 주워 오는 이상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
치매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Aβ) 및 타우 단백질(Tau protein)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지기능이 쇠퇴하기 수십 년 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기 시작하고, 그 후에 타우가 쌓인다. 그리고 신경세포가 서서히 부서지면서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실제로 치매 환자의 뇌 영상을 보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로 이뤄진 '신경반(노인반) 침착물'과 타우 단백질로 구성된 '신경섬유 엉킴(타우 섬유상 덩어리)'이 관찰된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및 병의 진행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이라는 타우 단백질의 뇌내 축적을 혈액 물질로 파악할 수 있다며 관련 논문을 영국 과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 3월호에 게재했다. 뇌 안에서 타우가 덩어리를 만들 때 일부 구조가 깨지면 분비돼 혈액으로 새어나가 치매 진행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매에 노출되기 쉬운 유전적 위험인자를 가진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기 쉽고, 축적 속도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발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치매 유형은 유전자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40~50%라고 알려져 있으며 직계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갖고 있는 특정 유형 유전자는 'APOE(아포지단백 E·apolipoprotein E)'이다. '65세 이후 알츠하이머병(Late-Onset Alzheimer's Disease·LOAD) 치매'는 단일 유전자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지만 발병률이 매우 높아진다. APOE 유전자형 중 APOE ε4 대립유전자가 가장 잘 알려진 유전적 위험인자다.
반면에 비교적 젊은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는 거의 대부분 '가족성 알츠하이머병(Early-Onset Alzheimer's Disease·EOAD)'으로, 전체 알츠하이머병의 약 1%를 차지한다. 원인은 돌연변이 유전자인 APP, PS1, PS2 등이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즉,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각각 50%이며, 유전될 경우 치매 발병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알려져 있다.
APOE는 지질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뇌에서는 콜레스테롤 대사와 운반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신경세포 성장과 유지, 손상 후 회복에 기여한다. APOE ε4 대립유전자는 APOE 유전자의 3가지 주요 변이형, 즉 APOE ε2, ε3, ε4 중 하나다. 대립(對立)은 유전학에서 한 유전자 위치에 존재할 수 있는 2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형이 서로 짝을 이루거나 마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APOE 유전자는 19번 염색체에 존재하며 모든 사람은 부모로부터 ε2, ε3, ε4 대립유전자 가운데 2가지를 가지고 태어난다. 유전형이 APOE ε2/ε2, ε2/ε3, ε2/ε4, ε3/ε3, ε3/ε4, ε4/ε4 등 6가지 가운데 하나에 속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들 유전형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달라진다.
APOE 유전형의 특징을 살펴보면, APOE ε2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춘다. APOE ε3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으로 보유자가 가장 많다.
APOE ε3는 특히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잭슨빌(Jacksonville)'이라는 특정 변이를 갖고 있으면 위험이 더욱 낮아진다고 보고됐다.
APOE ε4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부모 양쪽으로부터 APOE ε4를 물려받은 경우 특히 위험하다. APOE ε4 대립유전자를 1개 보유한 사람(APOE ε2/ε4, ε3/ε4)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APOE ε3/ε3, ε2/ε2)보다 4~6배, APOE ε4 대립유전자를 2개 보유한 사람(APOE ε4/ε4)은 20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 연구에 의하면 부모의 한쪽으로부터 APOE ε4를 물려받은 '헤테로 접합체(Heterozygote)'는 정상인(ε3)의 3~4배, 양쪽 부모로부터 받은 '호모 접합체(Homozygote)'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약 10배 높았다. 헤테로 접합체는 ε4 대립유전자를 1개 보유, 호모 접합체는 2개 보유한 것을 의미한다. 일본인의 경우 ε4형 호모 접합체를 가진 사람의 평생 발병 가능성은 약 60%, 헤테로 접합체는 10~20%라고 한다. 접합체(接合體)는 유전학에서 한 개인이 특정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두 쌍을 물려받아 결합한 상태나 개체 자체를 의미한다.
이처럼 APOE ε4 대립유전자가 위험한 것은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인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촉진하고, 신경 손상에 대한 신경 보호 기능을 감소시키고, 신경 염증 및 타우 단백질 병증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발병 연령을 앞당기기도 한다.
최근 이케우치 다케시 일본 니가타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APOE ε7형(C112R 변이)을 찾아내 신경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Annals of Neurology)에 게재했다.
이케우치 교수는 일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APOE 유전자형을 분석하던 중 기존의 ε2, ε3, ε4 외에 ε7이라는 새로운 대립유전자형을 발견했으며, 이 ε7형이 ε4형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훨씬 더 높인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ε7형은 일본인의 경우 조사 대상의 약 1.5%가 가지고 있었다.
이케우치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POE ε7을 하나만 가진 사람(ε3/ε7)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은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ε4 두 개를 가진 사람(ε4/ε4)보다 훨씬 높은 약 22배에 달했다. 만약 ε4와 ε7을 모두 가진 경우(ε4/ε7) 발병 위험은 약 51배로 치솟아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자형 중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보고됐다. 이는 APOE ε7형이 ε4형과는 다른 기전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극단적으로 높이며, 이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들어 국제사회는 APOE에 주목하고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과 치료법을 찾고 있다. 유전적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 보고가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가 높다.
빌 게이츠가 참여하는 '글로벌 신경퇴행성 단백질체학 컨소시엄(GNPC)'은 1만점 이상의 뇌척수액이나 혈장 시료를 기초로 APOE 유전형과 신경변성 질환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전두측두형 치매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APOE가 혈중면역 기능과 상관관계가 있었다며 올해 7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코넬대 팀은 APOE ε4 작용을 저해하는 유전자를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POE ε4를 가진 치매 환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 '도나네맙'의 부작용 위험이 높았다. 레카네맙 임상시험에서 호모 접합체 사람의 32.6%에서 부종이 발생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은 신약후보 물질인 '간테네루맙'을 평균 8년 투여하자 발병 위험이 반감했다. 스위스 로슈와 그 자회사 제넨텍이 개발한 간테네루맙은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해 개발이 중지됐지만 장기 투여하면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가 주도하는 국제 공동 연구 'DIAN-TU' 성과를 정리한 올해 3월 발표 논문은 환자와 제약회사를 고무시켰다. DIAN-TU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 치료 및 예방법을 찾기 위해 구성된 국제 임상시험 연구 네트워크다.
약을 사용하지 않는 예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7월 알츠하이머병협회 국제회의(AAIC)에서 미국은 치매나 인지기능 하락 위험 노인을 대상으로 식생활 지도와 유산소운동, 앱을 이용한 인지기능 훈련 등을 시행한 결과,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최대 2년간 진행되지 않았다는 'U.S.POINTER'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POE ε4를 가진 사람도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앞서 핀란드 연구팀이 2015년 치매 위험 노인을 대상으로 식생활 지도, 운동, 인지훈련, 심혈관 위험을 관리하는 생활지도 등 4개 항목 개입을 2년간 지속해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한 'FINGER' 연구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후루와쿠 도모 일본 고베대 교수팀은 치매 위험군 약 100명에 대해 FINGER 적용을 1년 반 동안 시행해보니 기억과 실행 기능, 처리 속도 등 인지기능이 41% 향상됐다며 최근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 이전글이런 생활습관만 지켜도 어르신 치매·인지력 저하 늦춘다고? 25.10.29
- 다음글“촉촉한 뇌가 좋다?”…하루 물 5컵, 치매 위험 낮춘다 [박광식의 닥터K] 25.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