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손주 봤는데 치매라뇨”…값비싼 주사 대신 ‘헬멧치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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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6-04-13 08:16본문
A씨는 60대 중반에 접어든 1년 전부터 단어가 즉각 떠오르지 않거나 길을 헤매는 증상을 겪었다. 정밀검사 결과 치매 전 단계인 알츠하이머형 경도인지장애(MCI) 판정을 받았다.
인지기능 평가(K-MoCA) 점수는 통상 26점을 넘어야 정상으로 분류한다. A씨는 정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18점을 받았다. 하루라도 빨리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했지만, 최근 출시된 항체 신약은 너무 비쌌고 뇌부종 같은 부작용도 두려웠다. 장고 끝에 그가 선택한 치료는 약물 대신 빛으로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 최근 등장한 ‘경두개 광생체변조(t-PBM)’ 임상 치료였다.
집에서 헬멧 모양의 기기를 착용하고 뇌에 근적외선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12주간 주 6회 치료를 이어간 결과 A씨의 K-MoCA 점수는 정상 범위인 26점까지 회복됐다. 그는 “머릿속을 가리던 뿌연 안개가 걷힌 기분”이라며 “일상생활을 스스로 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료는 ‘원인 단백질’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주사제(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레켐비’ 등)를 개발하는 정공법이 주를 이뤘다. 최근 A씨 사례처럼 빛을 이용한 디지털 기술이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자택 치료만으로 인지기능을 정상 수준까지 회복시킨 임상 성과가 나오면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비침습적 t-PBM 기술은 기존 약물 치료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뇌혈관장벽(BBB)을 물리적 간섭 없이 정면 돌파한다. BBB는 외부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방어막이지만, 대다수 약물 분자의 진입까지 차단한다. t-PBM은 특정 파장(808㎚)의 근적외선을 활용해 마치 유리창을 투과하는 햇빛처럼 이 장벽의 방해를 받지 않고 뇌세포 깊숙이 도달할 수 있다. 두개골 외부에서 조사된 빛이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해 에너지원(ATP) 생성을 유도하고 혈류량을 개선함으로써 잠든 신경세포를 직접 깨우는 원리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와이앤제이바이오가 t-PBM 기기 상용화에 나섰다. 최근 50~90세 MCI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2주간의 임상시험은 이 기술의 유효성을 수치로 입증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에 따르면 먼저 K-MoCA에서 기기를 사용한 시험군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 대비 평균 4.61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치매 선별에 쓰이는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 결과에서도 시험군의 점수는 평균 2.64점 상승한 반면, 대조군은 0.13점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침습적 기술의 특성상 감염이나 출혈, 합병증 등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전영삼 와이앤제이바이오 대표는 “만성질환 등으로 이미 여러 약물을 복용 중인 고령 환자들에게 t-PBM은 대사 부담과 약물 간 상호작용 우려를 해소한 안전한 기술”이라며 “우리 집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의료 취약지 거주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고, 신개발의료기기 허가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전 대표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세포 수준에서 뇌 대사를 자극하고 혈류 흐름을 최적화하는 근본적인 치료 기전을 지향한다”며 “빠르게 허가 심사를 마치고 임상 현장에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코그니토테라퓨틱스는 광자극과 소리를 결합해 뇌 속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캐나다의 비라이트 역시 뇌 해마 부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펍메드(PubMed) 등 국제 유수의 학술지에는 최신 t-PBM 임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치매 진료비는 3조3373억원으로, 2010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진료비의 79%가 입원과 요양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치매 초기 단계에서 비침습 기기를 활용해 증상 악화를 최대한 늦추고 자택 치료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조 단위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희진 기자(edge@mk.co.kr)
인지기능 평가(K-MoCA) 점수는 통상 26점을 넘어야 정상으로 분류한다. A씨는 정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18점을 받았다. 하루라도 빨리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했지만, 최근 출시된 항체 신약은 너무 비쌌고 뇌부종 같은 부작용도 두려웠다. 장고 끝에 그가 선택한 치료는 약물 대신 빛으로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 최근 등장한 ‘경두개 광생체변조(t-PBM)’ 임상 치료였다.
집에서 헬멧 모양의 기기를 착용하고 뇌에 근적외선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12주간 주 6회 치료를 이어간 결과 A씨의 K-MoCA 점수는 정상 범위인 26점까지 회복됐다. 그는 “머릿속을 가리던 뿌연 안개가 걷힌 기분”이라며 “일상생활을 스스로 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료는 ‘원인 단백질’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주사제(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레켐비’ 등)를 개발하는 정공법이 주를 이뤘다. 최근 A씨 사례처럼 빛을 이용한 디지털 기술이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자택 치료만으로 인지기능을 정상 수준까지 회복시킨 임상 성과가 나오면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비침습적 t-PBM 기술은 기존 약물 치료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뇌혈관장벽(BBB)을 물리적 간섭 없이 정면 돌파한다. BBB는 외부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방어막이지만, 대다수 약물 분자의 진입까지 차단한다. t-PBM은 특정 파장(808㎚)의 근적외선을 활용해 마치 유리창을 투과하는 햇빛처럼 이 장벽의 방해를 받지 않고 뇌세포 깊숙이 도달할 수 있다. 두개골 외부에서 조사된 빛이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해 에너지원(ATP) 생성을 유도하고 혈류량을 개선함으로써 잠든 신경세포를 직접 깨우는 원리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와이앤제이바이오가 t-PBM 기기 상용화에 나섰다. 최근 50~90세 MCI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2주간의 임상시험은 이 기술의 유효성을 수치로 입증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에 따르면 먼저 K-MoCA에서 기기를 사용한 시험군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 대비 평균 4.61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치매 선별에 쓰이는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 결과에서도 시험군의 점수는 평균 2.64점 상승한 반면, 대조군은 0.13점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침습적 기술의 특성상 감염이나 출혈, 합병증 등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전영삼 와이앤제이바이오 대표는 “만성질환 등으로 이미 여러 약물을 복용 중인 고령 환자들에게 t-PBM은 대사 부담과 약물 간 상호작용 우려를 해소한 안전한 기술”이라며 “우리 집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의료 취약지 거주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고, 신개발의료기기 허가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전 대표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세포 수준에서 뇌 대사를 자극하고 혈류 흐름을 최적화하는 근본적인 치료 기전을 지향한다”며 “빠르게 허가 심사를 마치고 임상 현장에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코그니토테라퓨틱스는 광자극과 소리를 결합해 뇌 속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캐나다의 비라이트 역시 뇌 해마 부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펍메드(PubMed) 등 국제 유수의 학술지에는 최신 t-PBM 임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치매 진료비는 3조3373억원으로, 2010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진료비의 79%가 입원과 요양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치매 초기 단계에서 비침습 기기를 활용해 증상 악화를 최대한 늦추고 자택 치료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조 단위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희진 기자(edg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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