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포함한 운동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 신체 활동이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만성 염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을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고, 유전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큰 사람도 운동을 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었다.

이 의문을 풀어주는 연구가 《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됐다. 미국 보스턴대 연구진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진행돼 온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를 통해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 결론은 유전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도 45세가 넘어서 활동적인 생활을 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젊어서 하는 운동은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연구진은 프래이밍햄 심장 연구의 자손 집단에 등록된 4290명의 참가자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분석했다.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는 1948년에 시작됐는데 당시 연구진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에서 30세 이상의 성인 5000명 이상을 모집해 심혈관 질환의 장기적 위험 요인을 조사했다.
1971년에는 첫 연구 참가자의 자손들과 그 배우자가 2세대 참가자로 등록됐다. 2세대 자손 집단의 참가자들은 4~8년마다 정기적인 건강 및 의료 검진을 받았고, 계단 오르기에서부터 격렬한 운동까지 모든 신체 활동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자손 집단의 참가자들이 처음 평가를 받은 연령대에 따라 세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1970년대 후반에 평가받은 청년기(26~44세),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평가받은 중년기(45~64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평가받은 노년기(65세 이상)였다.

연구진은 각 연령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매에 걸렸는지, 언제 치매 진단을 받았는지 분석했다. 또 참가자들의 신체 활동 정도와 치매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포함해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위험 요소로 알려진 APOE ε4 대립유전자를 가진 참가자들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 4290명의 참가자 중 13.2%(567명)가 치매를 발병했으며, 대부분이 노년기에 발병했다. 중년기와 노년기에 신체 활동 을 많이 한 참가자들은 신체 활동을 적게 한 참가자들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41~45% 낮았다. 반면 쳥년기에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은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 중년기에 신체 활동이 증가하면 치매의 유전적 소인이 없는 참가자들에게서만 치매 위험이 낮아졌다. 하지만 노년기에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참가자들이 신체 활동을 많이 할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졌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치매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어서 활동적으로 생활하면 치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하지만 중년기에는 유전적 위험에 따라 운동의 효과가 사람마다 달랐다”고 덧붙였다.